[금융/증권 범죄,금융증권범죄/규제 법률가이드] #12. 횡령ㆍ배임 5억 원 넘으면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 처벌 수위가 완전히 달라진다

안녕하세요. 이승민 변호사입니다.

회사 자금을 유용하거나 거래처를 속여 이익을 취한 사건에서 흔히 형법상 횡령ㆍ배임죄, 사기죄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 금액이 5억 원을 넘어가는 순간, 실무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법은 형법이 아니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정식 명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특경법")입니다. 

두 법의 차이는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닙니다. 형법상 업무상횡령ㆍ배임죄(제356조)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벌금형만으로 사건이 종결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특경법이 적용되면 이득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구간에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현저히 달라집니다(제3조제1항). 벌금형만으로 사건이 종결될 여지는 사라지고, 그 대신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징역형에 병과될 수 있을 뿐입니다(제3조제2항). 

스타트업 대표나 임원, 재무 담당자가 이 법의 존재를 체감하는 시점은 대부분 이미 수사가 시작된 이후입니다.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돌려썼거나, 관계사와의 거래에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금액이 생각보다 컸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특경법의 적용 대상과 가중처벌 구조, 그리고 관련 부수처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특경법의 적용 대상 - 형법상 6개 범죄에 한정

특경법 제3조가 가중처벌하는 대상은 형법 제347조(사기), 제347조의2(컴퓨터등 사용사기), 제350조(공갈), 제350조의2(특수공갈), 제355조(횡령ㆍ배임), 제356조(업무상 횡령과 배임), 그리고 이들 죄 중 일부의 상습범(제351조)입니다. 절도나 장물, 배임수증재 같은 다른 재산범죄는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사건 초기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혐의사실이 정확히 이 6개 죄명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득액"이 어떻게 산정되었는지입니다.


이득액 산정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수사기관은 통상 피해 규모를 넓게 잡아 여러 차례의 거래를 포괄일죄로 묶고 합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별 범죄로 나누어 보면 각각은 5억 원에 못 미쳐 특경법이 아닌 형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취득한 이익이 아니라 미수에 그친 경우, 배임죄에서 손해액과 이득액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이미 반환하거나 변제한 경우를 이득액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도 다투어집니다. 이득액이 5억 원 또는 50억 원 문턱에 근접한 사건일수록, 조사 초기에 거래 구조와 산정 근거를 정리해 대응하는 것이 적용 법정형 구간 자체를 바꾸는 결정적 변수가 됩니다.


▶ 재산국외도피와 금융회사 임직원의 수재ㆍ증재

특경법은 횡령ㆍ배임ㆍ사기 외에도 몇 가지 독립된 범죄유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4조(재산국외도피의 죄)는 법령을 위반해 국내 재산을 국외로 빼돌리거나, 국내로 들여와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ㆍ처분해 도피시킨 경우를 처벌합니다.

  • 기본형: 1년 이상 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 벌금.
  • 도피액이 5억 원 이상: 5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가중(제4조제2항).
  • 도피액이 50억 원 이상: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 징역.


미수범도 처벌하며(제4조제3항), 법인의 대표자나 임직원이 업무에 관해 이 죄를 저지르면 법인에도 벌금형이 병과됩니다(제4조제4항, 양벌규정). 해당 조항은 해외 법인과 자금 거래가 잦은 스타트업이나 가상자산 관련 사업자에게 특히 문제가 됩니다. 해외 송금이나 해외 계좌를 통한 자금 이동이 정상적인 사업 거래인지, 국외도피에 해당하는지는 그 경위와 목적에 대한 소명이 관건입니다.

제5조부터 제9조까지는 금융회사등의 임직원을 상대로 한 뇌물성 범죄를 규율합니다.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ㆍ요구ㆍ약속하면 수재죄(제5조), 이를 제공하는 쪽은 증재죄(제6조)로 처벌됩니다.

  • 수수액이 3천만 원 이상: 5년 이상 징역.
  • 수수액이 1억 원 이상: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까지 가중(제5조제4항).


여기서 "금융회사등"은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보험회사 등을 폭넓게 포함하므로(제2조제1호), 금융회사와 자금을 조달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오간 금품이 문제되는 경우 이 조항의 적용 여부를 반드시 짚어야 합니다.


▶ 몰수ㆍ추징과 취업제한 - 형이 끝나도 남는 것들

특경법 사건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여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부수처분입니다.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도피시킨 재산 자체가 몰수 대상이고, 수재ㆍ증재ㆍ알선수재ㆍ사금융알선 사건에서는 받은 금품이나 이익이 몰수 대상입니다. 만일 몰수가 불가능하면 그 가액이 추징됩니다(제10조). 이미 소비했거나 제3자에게 넘어간 자금이라도 추징 대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14조(취업제한)는 특경법 사건을 다른 재산범죄와 확실히 구분 짓는 조항입니다. 

  • 제3조(특정재산범죄 가중처벌)
  • 제4조제2항(재산국외도피 가중처벌, 미수 포함)
  • 제5조제4항(수재 가중처벌)
  • 제8조(사금융알선)


위 조항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으면 징역형 집행종료일ㆍ면제일부터 5년간, 집행유예 종료일부터 2년간, 선고유예기간 동안 금융회사등이나 국가ㆍ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ㆍ보조 기관, 그리고 유죄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제14조제1항). 본인이 취업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을 대표자나 임원으로 하는 기업체 역시 관허업 인가ㆍ허가ㆍ등록을 받을 수 없습니다(제14조제2항).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법무부장관이 직접 해임이나 인허가 취소를 요구합니다(제14조제4항).

즉 특경법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형기를 마친 뒤에도 상당 기간 금융업이나 관련 업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스타트업을 다시 설립하거나 관련 업종으로 재기하려는 경우 이 취업제한 조항이 실질적인 걸림돌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 '수사 초기'가 결정적인 이유

특경법 사건은 이득액이 곧 법정형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사기관이 이득액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사건의 뼈대를 정합니다. 실무상 수사는 계좌 추적과 회계 자료 확보로 이득액을 먼저 확정한 뒤, 그 금액에 맞춰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는 순서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피의자가 첫 조사에 출석하는 시점에는 이미 이득액의 얼개가 잡혀 있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단계에서 거래의 경위나 자금의 성격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채 진술이 확정되면, 이후 재판에서 이득액을 다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바꿔 말하면, 특경법 사건의 방어는 이득액 산정, 죄명 해당 여부, 국외도피의 고의ㆍ목적, 취업제한 특례 인정 여부를 둘러싼 다툼으로 귀결되는데, 이 쟁점들의 성패가 대부분 수사 초기에 갈린다는 뜻입니다. 이득액이 5억 원 또는 50억 원 문턱에 걸쳐 있는 사건이라면 산정 방식 하나로 법정형 구간이 바뀌고, 재산국외도피 혐의라면 자금 이동의 목적에 대한 소명 여부가 처벌 수위를 좌우합니다. 조사에 응하기 전에 사건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진술 방향을 잡아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이미 피해금액을 전부 변제했는데도 특경법이 적용되나요?

변제는 이득액 산정이나 죄의 성립 여부와 별개의 문제로, 그 자체로 특경법 적용을 배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은 양형에서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되므로, 변제의 시기와 방식은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Q2. 이득액이 5억 원을 조금 넘는데, 형법으로 다툴 여지가 있나요?

있습니다. 여러 거래를 포괄일죄로 묶을지 개별 범죄로 볼지, 미수나 변제 부분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따라 이득액이 5억 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고, 그 경우 특경법이 아닌 형법이 적용됩니다. 산정 근거를 다투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되는 사건입니다.

Q3. 집행유예를 받으면 취업제한도 없어지나요?

아닙니다. 집행유예를 받더라도 그 기간 종료일부터 2년간 취업제한이 적용됩니다(제14조제1항). 취업제한은 형의 종류와 별개로 부과되는 처분이므로, 판결 전에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등의 사정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 법무법인 세움이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세움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과 금융감독원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이 이득액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순서로 사건을 끌고 가는지를 이해한 상태에서 횡령ㆍ배임, 재산국외도피 등 특정경제범죄 사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경법 관련 조사를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수사가 시작되었다면, 진술 이전에 사건 구조를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법무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6 SEUM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