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13. ‘최강야구’ 사례로 보는 방송 콘텐츠 저작권의 경계
안녕하세요. 이현섭 변호사입니다.
프로야구 시즌이 본격화되며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인기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와 관련하여 JTBC와 외주 제작사 간의 분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강야구는 시즌3까지 제작될 만큼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현재 제작비 정산 문제 등 다양한 법적 쟁점이 있으나, 이번에는 저작권 관련 분쟁을 중심으로 해당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먼저 JTBC는 최강야구 프로그램의 저작재산권과 상표권 모두 JTBC 소유이므로, 외주 제작사가 자신의 동의 없이 새 시즌 촬영을 강행한 것이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외주 제작사에서는 프로그램명을 ‘불꽃야구’로 변경하여 촬영을 진행하는 이상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해 JTBC에서는 프로그램 제목이 달라져도 같은 서사의 출연진(김성근 감독 및 몬스터즈 선수단 등)이 그대로 나오는 이상 여전히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방송 프로그램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1. 계약 부재 시 방송 콘텐츠의 저작권 귀속 기준
우선 별도 계약을 통해 정함이 없는 경우, 방송 콘텐츠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창작자가 저작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합니다(저작권법 제10조).
즉,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내용을 직접 기획하고 촬영·편집한 제작사가 기본적인 저작권자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외주 제작사 직원들이 프로그램을 창작했다면, 그 직원들이 소속된 제작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게 됩니다.
만일 방송국 소속 PD, 작가 등이 제작했다면 방송국이 해당 저작물(프로그램)의 저작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외주 제작사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외부 제작사와의 용역 계약만으로는 JTBC가 자동으로 저작권을 취득하지 못하며, 이런 비고용(도급) 관계에서 도급인(JTBC)이 저작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별도의 저작권 양도 계약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별도의 특약이 없다면, 방송 콘텐츠의 원저작권은 제작사에 귀속되고, JTBC는 이를 방송할 권리만 가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2. 포맷 표절 논란과 관련된 법적 분쟁의 증가
방송 포맷이나 세계관은 아이디어 요소가 강해 명확한 경계 획정이 어렵습니다. 이에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제작사가 프로그램 포맷을 활용해 다른 방송사 채널에서 유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TV조선은 2021년 자사 인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포맷을 MBN의 ‘보이스트롯’이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포맷 표절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아 업계의 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방송 포맷은 아이디어에 가까워 보호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나, 대법원에서는 “구체적인 대본이 없이 대략적인 구성안만을 기초로 출연자 등에 의하여 표출되는 상황을 담아 제작되는 이른바 리얼리티 방송 프로그램도 이러한 창작성이 있다면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4다49180 판결).”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즉,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JTBC-제작사 계약으로 저작권 귀속을 달리 정할 수 있을까?
1. 계약을 통한 저작권 귀속관계의 설정
그렇다면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을 통해 저작권의 귀속관계를 달리 정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저작권은 재산권이므로 계약(또는 합의)을 통해 자유롭게 양도 또는 공유할 수 있습니다. 즉 JTBC가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고 제작물에 대한 권리를 넘겨받기로 계약했다면, 그에 따라 JTBC는 저작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송국이 제작비를 투자하거나 편성을 보장하는 대가로 프로그램에 대한 IP(지식재산권)를 소유하는 케이스는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최강야구 프로그램 제작계약의 경우 역시 ‘JTBC가 IP를 100% 보유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이를 근거로 JTBC 측에서 최강야구 프로그램 관련 모든 저작재산권을 갖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외주 제작사는 같은 계약조항을 두고 JTBC의 권리 범위가 ‘방영이 완료된 시즌3 촬영물’로 한정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JTBC가 소유한 것은 이미 방송된 시즌3 영상물에 대한 권리일 뿐, 최강야구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향후 시즌에 관한 IP는 계약상 JTBC에 넘긴 적이 없고 따라서 저작자인 자신이 후속 시즌 프로그램 제작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2. 계약조항에 대한 쌍방의 해석이 완전히 다른 경우
이처럼 한 조항을 두고도 완전히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 것은 쌍방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이상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대법원에서는 이와 같이 동일한 계약조항에 대한 쌍방의 해석이 완전히 다른 경우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단합니다.
계약당사자 간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그가 보유하는 소유권 등 권리의 중요한 부분을 침해 내지 제한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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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계약조항에 대해 중립적,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항은 보수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1) 해당 계약서 체결을 주도한 주체가 누구인지, 2) 프로그램 포맷 및 후속시즌을 포함하는 IP를 통상 누구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업계의 거래관행인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최종 판결문이 나와야 그 계약 내용을 알 수 있겠습니다.
만일 JTBC의 IP 범위가 ‘방송된 분량의 저작권’으로 한정된다면,
외주 제작사의 ‘최강야구 스핀오프 프로그램’ 제작은 가능할까?
마지막으로, 만약 JTBC가 가진 권리 범위가 ‘JTBC 편성을 전제로 한 최강야구 시즌3 콘텐츠’로 제한된다면 –다시 말해 JTBC는 방송된 분량의 저작권만 가지고, 그 외 권리는 외주 제작사가 보유한다면– 외주 제작사가 ‘최강야구’ 콘텐츠의 세계관이나 포맷을 이용해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다른 방송국 또는 플랫폼을 통해 방영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할지 살펴보겠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몇 가지 조건이 따릅니다.
1. ‘불꽃야구’의 ‘최강야구 2차적 저작물’ 해당 여부
우선 저작권법상 ‘아이디어’ 그 자체는 보호되지 않으므로, 프로그램의 기본 컨셉이나 세계관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은퇴한 야구선수들이 모여 새로운 리그에 도전한다’는 기획 아이디어나 세계관은 추상적인 것이어서 JTBC가 그러한 컨셉의 야구 예능 프로그램을 막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불꽃야구’ 프로그램의 경우 단순히 아이디어만 차용한 것이 아니라, ‘최강야구’의 구체적 표현 요소들을 상당부분 이어받고 있습니다.
동일한 출연진이 이전 시즌의 서사를 그대로 이어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JTBC 측은 이를 기존 저작물의 연장선에 있는 ‘2차적 저작물’(2차적저작물)로 보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상 원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하거나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저작권법 제5조 제1항).
만약 JTBC가 ‘최강야구’ 프로그램의 원저작권자의 지위에 있다면, 사실상 ‘최강야구 시즌4’라고 볼 수 있는 ‘불꽃야구’ 프로그램의 제작은 2차적 저작물에 관한 저작권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계약서에 2차적 저작물 제작 금지 조항이 없었을 경우
그렇다면 ‘JTBC가 가진 권리가 방송된 시즌3 영상물에 국한된다’는 외주 제작사 측 주장대로라면 상황이 달라질까요? 이 경우 외주 제작사는 프로그램 포맷의 창작자 겸 권리자로서, 새로운 플랫폼에서 해당 포맷을 활용할 자유를 상당 부분 갖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작권법은 설령 저작권을 양도했다 하더라도 별도로 명시하지 않은 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양도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추정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저작권법 제45조 제2항). 다시 말해, 계약서에 “스핀오프 제작 금지” 등의 조항이 없었다면 원저작자가 새로운 파생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JTBC의 계약상 권리가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외주 제작사가 ‘최강야구’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적어도 법률상으로는 시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외주 제작사는 이러한 판단 아래 유튜브 채널에 선수단 훈련 영상을 공개하는 등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종 판단은 법원이 프로그램의 유사성 정도, 계약의 범위, 포맷의 창작성 등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처럼 프로그램의 구체적 구성(경기 진행 방식, 대결 구도, 편집 연출 등)이 창의적인 표현으로 인정될 경우, 단순히 포맷만이 아니라 이러한 창의적 표현까지 무단 모방한 스핀오프 프로그램의 제작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불꽃야구’가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제작되는지에 따라 ‘최강야구’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달라지게 됩니다.
결론
JTBC 최강야구 사건은 방송 프로그램 저작권에 관한 다수의 쟁점이 포함되어 있어 향후 법원 판결이 내려진다면 유사한 사건에서도 참고가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내용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사건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재미있는 야구예능 프로그램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야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개인적 바람입니다.
이상의 내용이 방송 프로그램 저작권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과 ‘최강야구’ 프로그램 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법무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5 SEUM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