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11. 상계와 계약 해제
안녕하세요. 이현섭 변호사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물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두 회사 간 발생한 분쟁 사례를 통해, 계약이행 과정에서 대금 미지급 등 선이행 의무 위반이 발생했을 때 어떤 법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특히 '선지급금과의 상계(서로 갚을 금액 상쇄) 가능성'과 '제작된 물품의 임의 처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CASE
A사는 B사와 물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A사는 특정 제품을 제작하고, B사는 이 제품의 대금을 선불로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B사는 약속된 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않았고, 여러 차례 기한을 미루다가 전체 금액 중 일부(3,000만 원)만 지급하였을 뿐, 나머지 금액은 끝내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A사는 B 회사에 공문을 보내 “기한 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을 끝내고, B사에 공급하려고 제작한 물품을 재활용하거나 기부 또는 파기하겠다”고 알렸습니다. A사는 이 상황에서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1. A사가 B사의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B사가 준 선지급금과 상계(서로 갚을 금액을 상쇄)할 수 있는지 2. A사가 계약을 끝낸 뒤 B사의 동의 없이 계약상 제작한 물품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지 |
1. 상계 가능 여부
‘A사가 B사의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를 B사가 준 선지급금과 상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① 선이행 의무의 불이행
해당 계약은 B사의 물품대금 지급의무를 A사로부터 물품을 공급받기 이전에 먼저 해야 할 의무(선이행 의무)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B사가 물품대금을 전부 지급하지 않은 것은 계약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② 계약 해제(끝낼 권리) 발생
B사의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A사는 계약을 위반한 계약을 끝낼 권리(해제권)가 생깁니다. 계약이 종료되면 A사와 B사는 더 이상 서로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나, A사가 이미 받은 선지급금은 더 이상 보유할 근거가 없게 되므로 B사에 돌려줘야 합니다.
③ A사의 손해와 상계
그런데 A사는 B사의 계약 위반으로 인해 약 3,900만 원의 손해(제조비용, 보관비용 등)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손해를 배상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선지급금 3,000만 원을 B사에게 돌려주는 것은 A사에 지나치게 불리합니다.
민법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상계를 허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A사는 자신이 입은 3,900만 원의 손해(채권)와 B사에게 돌려줘야 할 3,000만 원(채무)을 서로 상계(금액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상계는 A사가 "이렇게 하겠다"는 의사를 B사에 알림(통지)으로써 법적 효력이 발생합니다.
민법 제492조(상계의 요건) ①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채무자는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 |
2. 계약 해제 후 물품 처분 가능 여부
‘A사가 계약을 끝낸 뒤 B사의 동의 없이 계약상 제작한 물품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① 계약 해제의 효과
계약이 끝나면, A사는 더 이상 물품을 B사에 납품할 의무가 없어집니다. 이에 따라 A사는 B사로부터 수령하였던 선지급금(3,000만 원)을 돌려주는 것 외에 물품 등을 제작, 납품할 의무가 없어지며, 따라서 해당 물품을 소유자로서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습니다.
② 물품 임의 처분의 범위
이 물품을 재활용하거나 기부, 또는 파기하는 것은 A사의 자유입니다. 다만, 해당 제품이 B사의 특허 등 권리를 사용하여 제작된 것이라면 추가적인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③ 주의할 점: 명확한 계약 해제 의사 표현
이 과정에서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A사가 이전에 보낸 공문에 기재된 내용만으로는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B사가 다른 주장(예를 들면, A사가 계약을 해제한다고 한 적이 없다 등)을 하지 않게 하려면 B사에 새로운 공문(또는 내용증명)을 보내어 A사의 계약 해제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시사점
위의 사례로 살펴본 것과 같이, 기존 계약에서 ‘선이행 의무’가 불이행 되었을 시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상계’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계약이 해제된 상황이라면 이미 제작된 물품에 대한 처분 권한은 원칙적으로 소유자인 A사에게 있지만, B사의 지식재산권 등 법적 요소가 얽혀 있을 경우에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다만, 계약 해제에 대한 의사는 공문 등을 통해 분명히 밝혀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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