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쟁 로스쿨] #21. 배임 및 업무상 배임
안녕하세요 이승민 변호사입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기업 내에서 자주 일어나는 범죄 중 하나인 배임죄/업무상배임죄의 형량, 성립요건, 실제 사례 및 대응방안 등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 배임죄/업무상배임죄의 개념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말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개인 간 사무를 위탁 받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배임죄가 일어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회사 내에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대표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 한다거나, 회사 임직원이 신제품 설계도면과 기술 자료 등을 경쟁사에 유출하고 금품을 받는다면, 이는 회사에 대한 임무(신의성실 의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본인이나 제3자에게 이득을 준 경우이므로 업무상배임죄(형법 제356조)에 해당하게 됩니다.
2. 형량
배임죄의 형량은 가볍지 않으며, 혐의가 인정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업무상배임죄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됩니다.
범행으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5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이 적용되는데, 배임 금액이 5억~50억 원일 때에는 3년 이상, 50억 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집니다(특경법 제3조 제1항).
3. 성립요건
(1)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법령, 계약, 관습, 신의칙 등에 의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의 재산적 이익 등을 보호/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친척, 친구, 지인 관계에서 일시적으로 사무를 처리해 주는 경우라면 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동업약정을 체결하여 동업을 위한 재산 매수 등 행위를 하는 경우라면 동업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될 것입니다.
통상 회사 임직원들은 모두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며, 회사의 1인 주주인 대표의 경우에도 주주와 회사는 법인격이 다르므로 대표이사가 회사의 업무 처리 중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한편 회사의 신주발행 시 대표이사는 회사에 대한 사무처리자일뿐 일반 주주의 사무처리자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2010도387 판결). 사무는 반드시 법률적 사무일 필요는 없고 사실상의 사무도 되지만, 재산적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무는 안되고 타인의 재산보호가 사무의 본질적 내용이 되어야 합니다.
(2)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배임행위)
배임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법규, 계약,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행위를 함으로써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 또는 영업상 주요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한 경우(2004도7962 판결), 저축은행 임원이 대출자의 신용상태 등을 감안한 적정 대출한도를 검토하지 않고 별다른 물적 담보도 확보하지 않은 채 신용대출을 승인해 준 경우(2009도 7813),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회사가 지급하여야 할 납품대금이나 용역수수료를 과다한 금액으로 책정한 경우(2009도5655, 2010도10640 판결), 피해법인의 이사장 직무대행자가 정관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통상적인 법인업무 처리 범위를 넘어 다른 회사 채무에 대해 보증을 한 경우(2009도 2454 판결) 등은 모두 배임행위에 해당합니다.
반면 공사수급인이 설계도에 따라 시공하지 않은 경우, 상표권 양도인이 상표권이전의무 이행을 거부하고 상표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동업계약 종료 후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은 단순한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배임행위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3) 재산상 이익 취득 및 손해 발생
재산상의 이익 취득이란 전체 재산상태의 보다 유리한 형성을 말하고, 적극적 이익과 소극적 이익을 모두 포함합니다. 기술, 영업, 비밀 등 무형적인 자산도 포함되지만, 재산적 이익일 것을 요하므로 사회적 지위 또는 신분상 이익 등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재산상 손해는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을 말합니다.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사후적으로 피해가 회복되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판례는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한 신주 등을 발행하는 행위를 한 경우 배임죄의 성립이 인정된다고 한 적 있고(2007도4949 판결), 매수인에 대한 등기협력의무를 지고 있는 부동산 매도인이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경우(2017도4027 판결),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파일들을 자신의 개인 이메일로 무단 전송하여 보관한 경우, 무단 반출이 회사에 현실적으로 손해를 가한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재산상 손해 발생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였습니다(2010도9652 판결).
4. 대응방안
배임죄/업무상배임죄 혐의를 받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여 대응해야 합니다.
(1) 고의성/불법영득의사 부인
타인의 사무처리자로서 배임행위를 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한다는 점에 대한 고의가 없었거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대한 직간접 자료 등을 모아 객관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판례는 부동산명의수탁자의 상속인이 수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라도 명의수탁관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하였고,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대출금 일부를 변제받은 후 담보 일부를 해지하여 채권보전에 지장이 생겼더라도, 담보물 가격이 담보취득 당시보다 하락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담보가치를 새로 평가하지 않고 담보취득 당시의 평가에 따랐다 하여 그것만으로 배임의 범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한 바 있습니다(85도2745, 94도2123 판결).
또한 농협 조합장이 대금회수 확보를 위한 담보취득 등 조치 없이 곡물을 외상판매했더라도, 변질 우려 등으로 인해 시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었던 경우라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91도1675 판결)
(2) 손해 및 이득액 검토
범죄로 취득한 재산상 이익이 5억원 이상이면 특경법에 의해 가중 처벌되는데 그 법정형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 손해 및 이득액 규모를 꼼꼼히 검토하여 형사처분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판례는 재산상 이익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영업비밀을 취득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그 영업비밀이 가지는 재산가치 상당이고, 그 재산가치는 그 영업비밀을 가지고 경쟁사 등 다른 업체에서 제품을 만들 경우 그 영업비밀로 인하여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감소되는 경우의 그 감소분 상당과 나아가 그 영업비밀을 이용하여 제품생산에까지 발전시킬 경우 제품판매이익 중 그 영업비밀이 제공되지 않았을 경우의 차액 상당으로서 그러한 가치를 감안하여 시장경제원리에 의하여 형성될 시장교환가격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98도4704 판결).
(3) 경영상 판단 주장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은 경영자가 주관적으로 기업의 최대 이익을 위하여 성실하게 경영상 판단을 하였고 그 판단 과정에 불공정을 의심할 만한 절차적, 관계적 사유가 없다면 경영자가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미국 판례법 상의 원칙입니다.
우리 법원도 이러한 법리를 수용하여 기업경영인의 업무상 배임 고의 판단을 할 때에는 엄격한 해석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므로, 배임죄 혐의를 받게 된 경우라면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에 의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으나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한 것일 뿐임을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판례는 대기업 또는 대기업 회장이 정치적으로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회사 등으로 하여금 일정한 조건을 미리 정하여 특정 회사 주식을 매입하게 한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2004도5742), ‘갑 회사’가 부실회사인 ‘을 회사’를 인수할 당시 이미 검토되었던 투자의 실행으로서 이루어진 유상증자 참여결정에 따라 ‘을 회사’의 발행주식을 적정가액보다 고가로 인수한 사안에서,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한 갑 회사 대표 및 이사에게 업무상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임무를 위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2007도10415)
5. 결론
배임죄나 업무상배임죄는 법정형이 높은 범죄일 뿐만 아니라, 만일 회사 임직원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와 가치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리가 복잡하고 따질만한 쟁점이 많은 범죄이기도 하므로, 배임죄/업무상배임죄 혐의를 받게 되었다면 수사 초기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대응전략을 세움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사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법무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4 SEUM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