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범죄/규제 법률가이드] #5.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행위
안녕하세요. 이승민 변호사입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상 금지되고 있는 사기적부정거래 행위의 개념, 유형, 적용 대상, 처벌 수위, 대처 방법 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사기적부정거래의 개념 및 의의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다음과 같은 행위를 사기적부정거래행위로 정의하면서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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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다양하게 급변하고 있는 증권 범죄의 특성상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행위 등 몇 개의 범행 방법을 열거해서 규정하는 것만으로는 주가조작 범죄로부터 증권시장과 투자자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각 나라는 포괄적 금지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규제의 공백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한 포괄적 규정을 ‘사기적부정거래 조항’이라고 합니다.
사기적부정거래의 유형
(1)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 사용 (제1항 제1호)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는 미국의 1934년 증권거래법 제10조(b) 및 미국 SEC(증권관리위원회)의 규칙인 Rule 10b-5 ④(a)에서 규정하고 있는 ‘device, scheme or artifice’를 번역한 것입니다.
‘수단’은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 또는 도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예를 들어 증권 매매 관련 뇌물수수, 강요 등이 있고, ‘계획’은 주로 부실표시 또는 누락이나 사기적 행위에 관여하는 과정에서 공모, 교사, 방조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기교’는 ‘아주 교묘한 기술이나 솜씨’를 말하는데, 시세조종으로 규제하는 가장매매 등에 속하지 않는 주가조작 기법 등을 의미합니다.
다만 미국에서 위 3가지가 엄격하게 구별되지 않고 적용되는 경향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수단, 계획, 기교를 서로 엄밀히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2) 부실표시의 사용행위(제1항 제2호)
‘중요사항’은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합니다. 이는 해당 기업 정보뿐만 아니라 동종 업종의 전망, 경쟁업체의 동향 등 기업 외적 정보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5% 이상 주식을 대량 보유한 자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하였다는 사실이나, 경영 참여로 취득 목적을 공시한 사람들의 취득 자금이 본인 자금인지 차입금인지 등은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될 수 있으므로 중요사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중요사항에 대해서 허위 공시를 하거나, 증권신고서에 허위 기재를 하는 경우, 기자들에게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경우가 부실표시 행위에 해당합니다.
한편 사기적부정거래가 성립하려면 이러한 부실표시로 재산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경우여야 하는데, 판례는 재산상 이익의 의미에 대하여 유형적인 경제적 이익에 한정하지 않고, 기업의 경영권 획득, 지배권 확보, 회사 내의 지위 상승 등 무형적 이익 등도 포함합니다.
(3) 거짓 시세 이용 행위 (제1항 제3호)
‘거짓 시세 이용행위’란 공개시장의 자연스러운 수급에 의해 형성되어야 할 정상적인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만들어낸 가격을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판례는 A 회사가 적자 및 유동성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하였으나 A 회사의 주가가 액면가 이하인 주당 300원에 거래되어 유상증자에 실패하자, 경제지를 통해 “장외에서 개인투자자로부터 25만 9,000주를 주당 860원에 매수했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경영권을 지켜가겠다”, “M&A 중개회사로부터 우리가 인수할 당시 가격(주당 590원)보다 3~4배 정도 비싼 가격으로 인수 제의가 들어왔지만 처분하지 않았다”, “오늘 60만 주를 장외에서 주당 1,100원에 매수하였다”고 허위 시세를 보도하여 주가를 상승시킨 사안에서 거짓의 시세를 이용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4) 풍문의 유포, 위계, 폭행 또는 협박 (제2항)
‘풍문’이란 진위가 불확실한 소문을 말하고, ‘유포’는 그 방법에 제한이 없으므로 이메일, 인터넷, 휴대폰 문자 등 모든 방법이 포함됩니다. 판례에서는 허위의 기업 홍보자료를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배포하는 행위가 이에 포함되고, 허위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였다면 실제 보도되지 않았더라도 유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계’란 상대방이나 투자자로 하여금 오인, 착각 또는 부지에 빠뜨릴 수 있는 수단/계획/기교를 말합니다. 판례는 감자(減資, 주식회사나 유한회사가 결손을 보전하거나 과대 자본을 시정하기 위하여 법원에 등록되어 있는 자본의 총액을 줄이는 일) 할 법적, 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거나 임직원이 감자 검토/추진 의사가 있지 않았는데도 감자 등의 검토계획의 공표에 나아간 경우 이를 위계행위로 본 적 있습니다.
‘폭행’, ‘협박’은 형법상의 개념과 동일하고, 각각 상대방에 대한 직간접적 유형력 행사, 상대방에 대해 해악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합니다.
적용 대상
가. 금융투자상품
시세조종에 관한 제176조가 ‘상장증권 또는 장내 파생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사기적부정거래행위는 적용 대상을 ‘금융투자상품’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비상장증권도 적용 대상이 되고, 투자계약증권과 상법상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합자조합, 익명조합의 출자지분도 적용 대상입니다.
나. 발행시장 및 유통시장
조문 상 명시적으로 “증권의 경우 모집, 사모, 매출을 포함한다”고 규정하여,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발행시장의 공시에도 적용됨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 매매 그 밖의 거래와의 관련성
사기적부정거래 관련 조항은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된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데, 그 밖의 거래에는 교환, 합병계약, 담보설정계약 등이 모두 포함되고, 장내 거래뿐만 아니라 장외거래, 대면 거래도 해당합니다.
한편, 시세조종에 관한 규정이 행위자가 실제로 해당 증권 등을 거래하였음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사기적부정거래에 있어서는 “거래와 관련하여”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사기적부정거래에 해당하기 위해 행위자가 반드시 매매 등 거래할 것이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판례는 합병계약과 관련하여 피합병 기업에 대한 허위의 감자 정보를 유포하여 합병비율이 유리해지는 재산상 이득을 얻은 경우, ‘아무런 매매를 하지 않았을지라도’ 유가증권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위계를 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처벌 수위
사기적부정거래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다만 이익 또는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에 곤란한 경우, 이익 또는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 원으로 합니다(제443조 제1항).
또한 이익 또는 손실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징역형에 처하는 경우에는, 위 벌금형 및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습니다.
2024년 1월 19일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에 의하면, 사기적부정거래행위를 한 경우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이로 인하여 회피한 손실액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이익 또는 손실 회피액이 없거나 산정하기에 곤란한 경우에는 40억 원 이하)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기적부정거래 혐의를 받는 경우 대처 방법
사기적부정거래에 대한 처벌 수위는 매우 높은 편이고, 일반적인 형사사건의 수사 절차와는 다르게 거래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검찰(서울남부지검 금조부 또는 금융증권범죄합수부) 등 유관기관들의 협업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대응 방법도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사기적부정거래 혐의를 받게 된다면 자신의 무고함을 소명하기 위해 초기 단계인 금융감독원 조사 때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검찰 및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풍부한 업무 경험을 가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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