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22. 저작물 공정이용의 이해와 그 판단 기준
안녕하세요. 이희호 변호사입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일정한 조건 하에 개인 및 기업이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정이용(Fair Use)’ 제도를 마련하여 저작권자와 이용자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기업 실무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저작물 공정이용의 법적 기준에 대해 알아보고, 법원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저작물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4가지 판단 기준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않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다음의 네 가지 요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아래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 사안에서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특허법원 2025. 1. 23. 선고 2024나10249 판결 참조).
①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영리성 또는 비영리성 등)
법원은 해당 이용이 1) 원저작물을 단순히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 등을 나타내도록 변형한 것인지 2) 원저작물과는 구별되는 별개의 목적과 성격을 가지는지, 3) 원저작물을 변형한 정도가 2차적 저작물 작성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는지, 4) 공익적이거나 비영리적인 이용에 해당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다272001 판결).
일반적으로 영리적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해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게 인정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 14. 선고 2021가합512773 판결 참조). 특히, 원저작물을 단순히 복제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다만, 영리적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정이용이 무조건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법원은 2016년 저작권법 개정 시 공정이용 판단 요소에서 '영리성 또는 비영리성 등'이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이 저작물 이용의 영리성 여부의 중요도를 낮게 평가하라는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보기도 하였습니다(특허법원 2025. 1. 23. 선고 2024나10249 판결 참조).
따라서 이용 행위가 원저작물을 단순히 대체하는 것에 그치는지, 아니면 새로운 의미나 가치를 창출하는 이른바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광고에서 특정 영화의 한 장면을 비평하거나 패러디 목적으로 일부 인용하는 것은, 원저작물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고 새로운 창작적 요소를 더한 변형적 이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②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법원은 이용된 저작물의 창작성 수준 또한 중요한 판단 요소로 삼습니다. 소설, 시, 음악, 미술 작품과 같이 창작성이 높은 저작물일수록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이 크므로 공정이용의 범위가 좁게 해석됩니다. 반면, 사실의 전달에 초점을 맞춘 뉴스 기사, 학술 논문, 연감 등 사실적·정보적 성격이 강한 저작물은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의 공정이용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특허법원 2025. 1. 23. 선고 2024나10249 판결 참조).
또한, 저작물이 출판되었는지 여부도 고려 대상입니다. 아직 공표되지 않은 미공표 저작물은 저작자가 최초로 공표할 권리를 가지므로,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③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기업은 저작물 이용 시 그 분량과 질적인 중요성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저작물의 극히 일부를 이용하는 것은 전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즉, 이용한 부분이 분량상으로는 적더라도 저작물의 핵심적인 부분(the heart of the work)에 해당한다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도서의 표지 전체를 웹사이트에 게시하였더라도 원본이 아닌 해상도를 대폭 낮춘 이미지라면 질적인 측면에서 표지 전체를 그대로 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특허법원 2025. 1. 23. 선고 2024나10249 판결 참조).
④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네 가지 기준 중에서도 법원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입니다. 해당 저작물 이용 행위가 원저작물의 시장 수요를 대체하여 저작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유료로 판매되는 시장 분석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발췌하여 사내 전체에 공유한다면, 이는 보고서의 잠재적 구매자를 감소시켜 저작권자의 시장 가치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반면, 비영리법인이 공익적 목적의 교육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1쪽짜리 홍보물에 서체 프로그램을 이용한 경우, 그 이용으로 인해 서체 프로그램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고 보아 공정이용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5. 13. 선고 2021나59869 판결,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2나43673 판결 등 참조).
▶ 결론
공정이용은 명확한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앞서 설명한 4가지 기준을 종합하여 각 사안별로 개별적으로 판단되는 유연한 법리입니다. 따라서 기업 활동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때에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생각 대신, 법적 기준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존중은 기업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건전한 창작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여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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