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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및 분쟁해결,기업분쟁 로스쿨] #28. 도급계약과 파견계약의 구분

안녕하세요. 이병일 변호사입니다.

기업에서는 일정한 업무를 내부 인력이 아닌 외부 업체에 맡겨서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의 개발을 외부 개발업체에 의뢰하거나, 특정 상품의 마케팅을 홍보 전문업체에 맡기거나, 건물 청소를 용역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이러한 계약이 업무를 떼어 맡기는 ‘도급계약’인지, 인력을 지원받아 일을 시키는 ‘파견계약’인지 그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 구분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관계와 기업의 법적 책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도급계약, 파견계약을 구분하는 기준과 그에 따른 법적 영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도급계약과 근로자 파견계약

도급계약은 특정 업무의 완성을 약속하고, 상대방이 그 결과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664조).

반면, 근로자 파견계약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그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계약입니다(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2조 제1호).

파견근로관계의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파견사업주와 근로자 간 고용계약 체결

②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간 근로자파견 계약 체결, 그에 따라 파견사업주가 사용사업주에게 근로자 파견

③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에 따라 업무 수행


근로자 파견계약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런데 기업이 외부 업체와 도급계약(또는 용역계약)의 명칭으로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실제로는 외부 업체로부터 근로자를 지원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형태라면 이는 도급계약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계약으로 보게 됩니다.

즉, 원고용주가 특정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파견계약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근로관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구체적으로는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 업무를 수행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인원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 수행으로 확정되어 있고,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독자적 기업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여 판단합니다.

근로자 파견계약으로 인정되는 경우 파견법이 적용됩니다. 파견법은 파견 가능한 업무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며, 허용되지 않은 업무에서 근로자를 파견하거나 파견을 받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파견법 제5조, 제43조).

또한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거나 파견 불가 업무에서 사용한 경우,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파견법 제6조의 2).


직접근로관계로 인정되는 경우

한편, 기업이 외부 업체에 업무를 맡겨 그 외부 업체의 근로자가 이를 수행하는 형식을 취했더라도, 외부 업체가 사실상 독자성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와 일을 위탁한 기업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즉, 근로자가 명목상 원고용주에게 고용되어 제3자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원고용주가 사업주로서의 기능을 갖추지 못해 제3자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다면, 원고용주는 단순한 형식적인 존재에 불과합니다. 이 경우 근로자가 사실상 제3자에게 종속되어 있고 임금의 지급 주체와 업무 지휘자 역시 제3자라면, 양자 간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합니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769 판결 등).


이와 같이 직접근로관계 인정 여부는 주로 도급의 형태를 띠지만 실질은 파견에 가까운 소위 위장·유사도급에서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은 원고용주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상실했다고 판단되면 근로자와 제3자 사이에 직접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음을 인정합니다. 반면 독자성이 완전히 부정되지 않더라도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해 지휘·명령권을 행사하는 등 근로자파견의 형태라면 계약의 형식과 무관하게 파견근로관계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정리하면, 도급계약의 형식을 취했더라도 원고용주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직접근로관계가 성립하며, 독립성은 있으나 실질적으로 제3자가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경우라면 파견근로관계라고 보게 되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로 본 직접근로관계 인정 여부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직접근로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습니다.


(1) 직접근로관계가 인정된 사례

  • 대법원 2008. 7.10. 선고 2005다75088 판결
    • 수급회사가 독자적 장비·시설 없이 원청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독립적 경영 기반이 없는 경우
  • 대법원2003. 9. 23. 선고 2003두3420 판결
    • 형식상 독립법인이었지만, 원청이 100% 지분 소유 및 의사결정을 사실상 지배한 경우

(2) 직접근로관계가 부정된 사례

  •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두4367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8. 2.12. 선고 2007누20418 판결
    • 협력업체들이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며 고용, 인사, 징계, 임금 지급 등 사용자 권한을 자체적으로 행사한 경우

이처럼 도급계약의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와의 근로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해당 인력은 기업의 근로자로 간주되어 퇴직금, 휴가, 연장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 및 기타 근로관계법에 의한 모든 적용을 동일하게 받게 됩니다.


결론

도급계약과 파견계약, 위장도급은 형식이 유사해 보여도, 적용되는 법률관계와 기업의 책임은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외부 인력을 활용할 때는 계약 명칭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제 운영 방식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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