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14. 영업비밀침해

안녕하세요. 변호사 남현입니다.

기업 간 기술 협업이 보편화되면서, 하나의 기술정보를 둘 이상의 주체가 공동으로 보유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보유자 중 한 사람이 해당 정보를 독자적으로 활용했을 경우, 과연 이를 ‘영업비밀 침해’로 볼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중요한 해답을 제시한 사례인 대법원 2024. 11. 20. 선고 2021다278931(본소), 2021다278948(반소) 판결(이하 ‘대상판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영업비밀 공동보유자 사이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가. 영업비밀의 공동보유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이 글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약칭합니다.

영업비밀은 그 보유자에 의해 관리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보유자’라 함은 보통 ‘영업비밀에 관해 정당한 사용수익권을 갖는 자’를 의미합니다. 영업비밀을 창작한 원시적 보유자는 물론 그 승계자, 전득자 등 정당하게 비밀을 보유하는 자는 모두 영업비밀 보유자가 될 수 있으므로**  영업비밀을 다수의 사람이 공동으로 보유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편집대표 정상조, 제2판 부정경쟁방지법 주해, 박영사(2024), 제387면[박준석 집필 부분]

이와 관련하여 대상판결과 그 원심 모두 영업비밀의 공동보유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공동보유자 간에 영업비밀의 침해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쟁점을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나. 영업비밀 공동보유자 사이의 영업비밀 침해행위

이전까지 영업비밀의 공동보유자 중 1인이 다른 공동보유자의 동의 없이 영업비밀을 사용한 경우, 이를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상판결의 사건에서는 바로 이 점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대상판결의 원심(서울고등법원)은, 영업비밀의 공동보유자 중 1인이 공동으로 보유하는 영업비밀을 사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의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그 비밀성을 유지하는 데 실패하였거나 공동보유자 상호 간의 약정이 있고 이를 위배하였다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정의)

3. “영업비밀 침해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라.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그런데 대상판결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영업비밀의 공동보유자 중 1인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계약관계 등에 따라’ 다른 보유자에 대해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는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같은 목에서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다른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는 경우여야 침해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2. 부정한 …… 목적

종래 위 (라)목의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의 해석론을 밝힌 대법원 판결은 찾을 수 없었으나, 이전에도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의 벌칙 규정의 이른바 ‘부정목적’에 관해 아래와 같이 그 판단 기준을 밝힌 적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그러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의 부정목적 판단 기준을 밝힌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데(2021다289399), 그 기준은 위 벌칙 규정에 관해 대법원이 제시하였던 기준을 답습하되 ‘행위자의 영업비밀 보유자에 대한 의무의 내용과 범위’, ‘영업비밀 보유자의 경쟁력 손상 위험’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판단요소를 제시하였습니다.

이어 6일 뒤 대상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대상판결은 영업비밀의 공동보유자 간에도 부정경쟁방지법 제2호 제3호 (라)목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영업비밀의 공동보유자 중 1인이 ‘다른 보유자’와의 관계에서 영업비밀 침해의 부정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 2021다289399 판결이 제시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였습니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업종, 경력,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 방법, 행위자의 다른 보유자에 대한 의무의 내용과 범위, 다른 보유자의 경쟁력 손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기준을 사안에 적용하여,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에게 부정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3. 맺음말

영업비밀의 공동보유자 중 1인이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대상판결과 원심은 사실상 동일한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원심은 공동보유자 중 1인이 다른 보유자에 대해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지 않은 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상판결도 동일하게 그러한 비밀 유지 의무가 존재할 경우에 한해 침해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이러한 취지와 같다고 명시하였는데, 이는 타당한 결론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대상판결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라)목의 ‘부정목적’의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설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영업비밀 보유자의 경쟁력 손상 위험’이라는 판단요소는 실무에서 유용한 판단 기준이 될 것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벌칙 규정에 관한 기존 판시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판단요소들을 적용하는 방식은 기존 판결들에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나,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대법원이 그 판단 기준이나 개별 판단요소를 한 단계 더 구체화하고, 이를 적용하는 모습에 관해서도 지침이 되는 판결을 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본 자료에 게재된 내용 및 의견은 일반적인 정보제공만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이며, 법무법인 세움의 공식적인 견해나 어떤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2025 SEUM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