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법률가이드] #6. ‘대구 지하철 참사’로 본 중대시민재해
이번 기고에서는 중대시민재해를 ‘대구 지하철 참사’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대구 지하철 참사의 발생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진입하던 1079호 열차에 탑승한 승객이 방화를 저질렀고, 이 불은 맞은편 승강장에 진입한 1080호 열차까지 번졌습니다. 방화로 시작된 불은 화재에 취약한 내장재, 부실한 소방설비, 안전담당자의 미흡한 대처가 맞물려 대규모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불은 불연재가 아니었던 전동차 내부의 바닥, 내장재, 의자, 광고판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검은 연기와 다량의 유독가스를 발생시켰습니다. 더욱이 1079호와 1080호의 기관사는 화재상황을 적절히 보고하지 못했고, 다른 역무원으로부터 화재상황을 보고받은 종합사령실 역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그렇게 192명의 사망자와 151명의 부상자를 낳았습니다.
2. 관련자에 대한 처벌
대구지하철공사의 사장은 사고현장을 청소하도록 지시했다는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되어 하급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증거인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는 유죄가 인정되어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이, 항소심에서는 이보다 줄어든 벌금 300만원이 선고되었습니다. 대구지하철공사 역시 동일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가 인정되어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인정된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의 행위는 1)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선임하지 않았다는 것, 2) 근로자에 대한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3)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들은 모두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상 부담하는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이지, 참사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은 아니었습니다. 설령 그러한 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하였던 것이라 하여도 이들 법령의 법정형은 최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어서 중형이 선고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기관사들과 운전사령실의 근무자에게는 참사로 인한 직접적인 형사책임이 부담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들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여 금고 3~4년형을 선고하였습니다.
3. 중대재해처벌법의 관점에서 본 대구 지하철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기 한참 전에 발생한 일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대구 지하철 참사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면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대구 지하철 참사에 적용되었다면 처벌받는 사람도, 처벌의 정도도 모두 달라졌을 것입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의 전형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은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1명 이상의 사망자 또는 2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10명 이상의 부상자 또는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10명 이상의 질병자를 낳은 재해를 ‘중대시민재해’로 정합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3호).
이에 따를 경우, 대구 지하철 참사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설치 또는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낳은 재해라는 점에서 중대시민재해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할 것입니다.
대구지하철공사의 사장은 중대시민재해를 방지해야 할 ‘경영책임자등’에 해당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은 중대시민재해의 방지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지켜야 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여기서 사업주란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를 말하고, 경영잭임자등이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공기업의 장, 공공기관의 장’을 의미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의 경우, 당시 지하철의 관리주체는 대구광역시 지하철공사(오늘날의 대구도시철도공사)였습니다. 대구지하철공사는 지방공기업법 제49조 및 대구광역시 지하철공사 설치 조례에 의해 설립된 지방공기업이므로, 대구지하철공사의 당시 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하는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할 것입니다.
당시 사고환경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확보의무 위반으로 평가될 가능성 높아
이러한 경영책임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설치 또는 관리상 결함으로 인한 이용자 등의 안전을 위하여 일정한 안전확보의무를 부담하고(중대재해처벌법 제9조 제2항), 안전확보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해지게 됩니다{같은 조 제4항).
안전확보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단정하긴 어렵지만, 1) 당시 대구지하철 전동차가 화재에 상당히 취약했던 점, 2) 사고 이후 공사의 대처가 미흡했던 점, 3) 공사의 지속된 관리인력 감축이 사고대처능력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4) 소방방재시설이 부족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에게는 안전확보의무 위반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중대시민재해를 일으킨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에 대한 처벌은?
만약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사고를 수반하는 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 그러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이 경우 기관 역시 5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만약 사망자 없이 부상 또는 질병만을 야기한 중대시민재해라면 경영책임자에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그 기관에게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다수의 사망자를 낳았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에게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대구지하철공사에게 역시 별도로 5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전과 비교하면, 이는 1) 책임의 주체 측면에서는 직접적인 행위자 이외에 기관의 최고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가 되고, 2) 그 형량 역시 대폭 무거워졌다는 변화가 있습니다. 이는 1) 기관사 또는 사령실 근무자에 대하여만 2)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법정형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입니다.
형사책임뿐 아니라 민사책임도 무거워져
이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중과실로 동법상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시민재해를 일으킨 경우, 기관 등이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하여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특칙도 두고 있어(제15조), 형사적 책임 외에 민사적 책임을 통해서도 의무이행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4. 결론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역사 위에는 우리 사회의 아픔으로 남은 여러 시민재해와 산업재해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선 아직 하위법령도, 판례도 없어 그 정확한 적용 범위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모쪼록 예측 가능하면서도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입법과 해석이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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