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법률가이드] #5.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으로 본 중대산업재해
이번 기고에서는 중대산업재해를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의 개요
2020년 4월 29일, 이천의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사고(이하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가 발생하였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전기,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로 9개 업체 소속 총 78명이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사고로 39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경찰 및 소방당국에서는 화재 당시 지하 2층 천장에서 냉동, 냉장 설비의 일종인 유니트쿨러(실내기) 배관에 대한 산소용접 작업 중 불티가 천장 벽면 속에 도포된 우레탄폼에 튀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조사하였는데, 이후 법원은 지상 3층 승강기 부근 용접 작업 과정에서 튄 불티가 승강기 통로를 통해 지하 2층 승강기 입구 주변 가연성 물질로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2. 관련자에 대한 처벌 등
2020년 12월,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발주처, 시공사, 감리사 등 공사 관계자 5명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으며 구체적인 선고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3. 중대재해처벌법의 관점에서 본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한다는 형벌 불소급의 원칙(헌법 제13조)에 의하여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은 그 행위 발생시에 중대재해처벌법이 공포ㆍ시행되지 않았으므로 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본 사건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었다면 어땠을까요?
1)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정의 상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합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2) 이하에서는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의 발주처, 시공사, 하청업체의 상시 근로자가 각 5명 미만이 아님을 전제로 하여(중대재해처벌법 제3조) 본 판결이 중대재해처벌법 하에서 달라질 수 있는 여지를 검토합니다.
경영책임자의 처벌 가능성
중대재해처벌법은 준수 의무자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앞선 기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업주란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자, 타인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하는 자’를 의미하고, 경영책임자 등이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의 시공사, 하청업체의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들이 곧 제정될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후적으로 확인되었을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여 처벌받는 주체가 됩니다. 현재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의 판결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및 형법상 책임주체는 발주처의 관계자, 시공사의 현장소장 및 관계자, 하청업체의 운영자에 그쳤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시공사(원청)와 하청업체의 대표이사, 오너 등이 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내지 제6조).
다만, 이때 원청의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이천물류센터의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책임이 없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단서)
높은 형량의 가능성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의 경우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 상 위 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고,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을 병과 될 수 있습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7년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 안전보건조치 위반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 이하 벌금”의 형량을 규정하는 것과 비교하여, 형의 상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더욱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더하여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서는 그 법인 또는 기관에게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과할 수 있고(중대재해처벌법 제7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이 10억 이하 벌금을 규정한 것에 비하여 더욱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 1심판결의 경우, 시공사(원청)이 ‘공사기간의 단축을 시도하고, 안전조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아’ 형법상의 과실치사상죄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경합에 의하여 형이 내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선례가 존재하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 형법,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양상에 관하여 단정지을 수 없지만, 위 법들이 규정하는 내용과 처벌 대상이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는 경합하여 죄수관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우 적용되는 법령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안전보건법 보다 더욱 중한 형벌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공사(원청)의 책임주체 및 법인에게 더욱 중한 형벌이 선고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의 가능성
위 책임과는 별개로, 중대재해처벌법 상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존재하여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업주ㆍ법인 또는 기관은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그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집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15조). 이 조항에 의하여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의 책임주체인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판단될 경우, 사망자 또는 사상자들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기타 안전보건교육 이수 의무 및 과태료 발생
마지막으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시공사 및 하청업체의 경영책임자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하여야 하고,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8조).
4. 결론
이상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의 판결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아직 본 법에 의한 구체적인 판례가 존재하지 않고, 법률의 해석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다양한 논리의 구성 및 대응책의 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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