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및 분쟁해결,소송실무 법률가이드] #26. 재판소원 제도의 도입과 의미 —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법원의 재판’
안녕하세요. 이희호 변호사입니다.
우리 헌법은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헌법소원을 통해 그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법원의 재판 그 자체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는 사법권의 독립과 재판의 종국성을 존중하기 위한 헌법적 구조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이루어진 판단이 국민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도 이를 직접적으로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도적 한계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2026년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면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적 통제 가능성이 새롭게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을 중심으로 재판소원 제도의 주요 내용과 요건,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 1. 기존의 재판소원 금지 원칙
과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의 판결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원칙이었습니다.
물론 예외적인 통로는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법원이 적용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한해서만 헌법소원이 허용되었습니다(헌법재판소 1997. 12. 24. 자 96헌마172 결정 등 참조).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불과했습니다. 법률 자체가 아닌, 법원의 법 해석이나 사실인정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재판 그 자체'의 위헌성을 다툴 길은 사실상 막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사법부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최후의 구제 수단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 2. 개정된 재판소원의 요건
이러한 입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회는 2026년 3월 12일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여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즉 '재판소원'의 길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은 제68조 제1항에서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제68조에 제3항을 신설하여 확정된 재판이라도 다음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했습니다.
①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재판(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제1호)
"법원의 재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
기존의 예외적 재판소원을 확대한 조항입니다. 단순히 위헌 법률을 적용한 경우를 넘어, 헌법재판소가 내린 한정위헌, 한정합헌, 헌법불합치 결정이나 특정 헌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 등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는 재판을 한 경우, 이를 다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을 강화하고, 헌법 해석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됩니다.
② 적법절차를 위반한 재판(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제2호)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
재판의 내용이 아닌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도 헌법소원이 가능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당사자에게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는 등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를 지키지 않은 재판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체적 진실 발견만큼이나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조항입니다.
③ 위헌·위법이 명백한 재판(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3항 제3호)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
법원의 법률 해석이나 사실관계 판단이 '명백하게'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명백성'의 요건은 매우 엄격하게 해석될 것입니다. 단순한 법리 오해나 채증법칙 위반을 넘어, 누가 보더라도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자의적인 재판이라고 인정될 정도의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재판소원이 사실상 '제4심'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3. 재판소원 인용 결정의 효력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을 인용하는 경우 해당 재판을 취소하며, 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하여야 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4항).
즉, 재판이 취소되면 해당 재판은 효력을 상실하고 사건은 해당 심급 법원으로 환송되어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해당 심급 법원이 아직 재판하지 않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 4. 재판소원 청구의 방법과 유의사항
새로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절차를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① 재판소원은 ‘확정된 재판’을 대상으로 한다.
재판소원은 ‘확정된 재판’을 대상으로 합니다. 즉, 더 이상 상소할 수 없게 된 재판만이 그 대상입니다. 반드시 대법원에서 확정된 재판만을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1심이나 2심에서 확정된 재판도 그 대상에 포함되나, 상소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청구할 경우 보충성을 이유로 각하될 수 있습니다.
② 재판소원은 청구기간이 매우 짧다.
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은 재판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을 ‘재판 확정일부터 3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헌법소원 청구기간보다 짧은 기간이므로 패소가 확정된 경우 신속한 검토와 결정이 필요합니다. 개정법 시행 이전 30일 이내에 확정된 판결은 30일의 청구기간의 범위 내에서 법 시행 이후 청구가 가능합니다.
③ 가처분 제도가 명문화되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심판의 청구를 받은 때에는 직권으로 또는 청구인의 신청에 따라 종국결정의 선고 시까지 심판 대상이 된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가처분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71조의2).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헌법재판소 2000. 12. 8. 자 2000헌사471 결정)을 통하여 인정되어 온 가처분 제도를 명문화한 것으로, 헌법재판소 또한 재판소원에 가처분을 같이 하는 경우가 있을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므로 종국결정 이전에 권리침해를 방지하는 수단으로 가처분을 적극 활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④ 재판소원은 법원의 판결에 대한 불복 절차가 아니다.
재판소원은 하급심의 사실인정이나 법률 판단의 당부를 다시 따지는 제도가 아니라, 재판이라는 공권력 행사가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비상적인 권리구제 절차입니다.
따라서 청구 이유를 구성할 때, 원심판결의 부당성을 토로하는 수준을 넘어 신설된 세 가지 요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헌법적 관점에서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결론
재판소원의 도입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적 통제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재판소원의 대상과 심사 기준, 그리고 기존 재판 절차와의 관계 등 여러 쟁점이 구체적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통해 재판소원의 적용 범위와 기준이 점차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재판소원 제도가 재판의 종국성과 기본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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