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및 분쟁해결,기업분쟁 로스쿨] #33. 기업의 사용자책임, 그 요건과 면책

안녕하세요. 이희호 변호사입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임직원(피용자)의 행위로 인해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때 기업(사용자)이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데, 이를 민법상 ‘사용자책임’이라고 합니다.

사용자책임은 기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기업의 법무 및 인사 담당자라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중요한 법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1) 기업이 어떠한 요건 하에 사용자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 그리고 2) 어떠한 경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

민법 제756조 제1항은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사용자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사용관계의 존재, ②피용자의 불법행위, ③사무집행 관련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① 사용관계의 존재

첫 번째 요건은 사용자와 불법행위자 사이에 ‘사용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여기서 ‘사용관계’란 형식적인 고용계약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해당 행위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고 있는 관계를 의미합니다(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15646 판결).


판례는 위임, 도급, 동업 관계 등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타인을 자신의 사업 범위 내에서 활동하게 하고 그 이익을 얻는다면 사용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기업은 직접 고용한 정규직 직원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 하도급업체 직원,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될 경우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명의대여 관계의 경우에는 피용자에 대한 실제 지휘·감독 여부와 관계없이 객관적·규범적으로 보아, 명의대여자가 해당 인력을 지휘·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다면 사용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8. 23. 선고 2023나8135 판결).


② 피용자의 일반 불법행위 성립

사용자책임은 피용자의 행위가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 요건(고의 또는 과실, 위법성, 손해 발생, 인과관계)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70019 판결). 만약 피용자의 행위 자체에 고의나 과실이 없거나 위법성이 조각되는 등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이를 전제로 하는 사용자의 책임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③ 사무집행 관련성 (외형이론)

실무에서 사용자책임의 요건 중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부분이 ‘사무집행 관련성’입니다. 대법원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외형이론’이라는 독자적인 법리를 통해 그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외형이론이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사용자의 사업 또는 업무 수행과 관련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 행위자의 주관적인 동기나 목적(예: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과 관계없이 사무집행 관련성을 인정하는 법리입니다(대법원 2008. 1. 18. 선고 2006다41471 판결).

판례는 피용자의 행위가 직무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루어졌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 처리와 관련되어 있다면 외형상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예컨대 영업부 직원이 고객을 기망하여 투자금을 편취한 경우, 개인적 이익을 위한 행위라 하더라도 외형상 영업 활동의 일환으로 보인다면 회사는 사용자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 사용자책임의 면책 요건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일정한 경우 사용자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① 사용자의 선임·감독상 무과실 증명

민법 제756조 제1항 단서는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의 면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 이 규정에 의해 사용자가 면책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법원은 사용자가 피용자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를 엄격하게 판단하는데, 단순히 사내 규정을 마련하거나 형식적인 교육을 실시했다는 것만으로는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② 피해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

보다 현실적인 사용자책임 면책 사유는 피해자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거래 상대방(피해자)이 약간의 주의만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직무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믿은 경우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9다9577 판결).

예를 들어 금융기관 직원이 은행 창구가 아닌 외부에서 개인 명의의 계좌로 거액의 송금을 요구하는 등 통상적인 금융거래 상식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인 방식으로 거래를 제안하는 경우, 이에 응한 고객에게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1. 4. 8. 선고 2020가단3661 판결).

다만 판례는 피해자 보호라는 사용자책임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피해자의 중과실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면책을 주장하려면 피용자의 행위와 그에 따른 거래방식의 이례성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결론 및 시사점

법원은 사용자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외형이론’에 따라 사무집행 관련성이 넓게 해석됩니다. 반면 사용자의 선임·감독상 무과실을 이유로 한 면책은 현실적으로 인정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내부통제 시스템과 직무권한 규정을 명확히 하고, 직무에 맞는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정기적인 감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행위의 위험을 조기에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피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제3자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그 행위의 이례적인 특성을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기업은 예측 불가능한 법적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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