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쟁 로스쿨] #23.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안녕하세요. 김진기 변호사입니다. 

최근 투자계약 관련하여 사전동의권 위반(침해)을 이유로 하는 주식매수청구나 손해배상 또는 위약벌 청구 사건이 많은 관계로, 오늘은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란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회사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면서 신주인수계약 등 투자계약을 통해 투자자에게 부여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사항에 대한 일정한 권리를 의미합니다. 보통 회사는 자금을 조달하면서 투자자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이때 투자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받기로 하는 약정을 하는데, 이러한 약정이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규정이 됩니다.


주주평등의 원칙과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의 효력

위와 같은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회사법의 대원칙인 주주평등의 원칙 관점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주평등 원칙이란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회사의 주주들은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를 위반하여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기로 하는 약정을 한다면 이러한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가 됩니다. 같은 관점에서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또한 신주인수계약을 통해 일부 주주에게만 일정한 권리(사전동의권)를 부여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주주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3년 7월,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의 효력에 관한 중요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는 투자자의 사전동의권과 그 위반 시 제재로 조기상환 및 위약벌을 정한 규정은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는 2021년 10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었습니다.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시하며 앞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


사전동의권 유효성 판단기준

위 판결은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약정 효력에 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자 유일한 판결로 그 의미가 아주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규정을 무효로 본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지만, 이를 항상 유효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이 아닙니다.

즉, 대법원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주주평등 원칙 위반으로 해당 규정을 무효로 볼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한 것일 뿐,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 항상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①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는지

②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는지

③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 · 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지 여부 등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①, ②, ③ 등을 기준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살필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론

회사가 안정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을 때에는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경영진과 주주인 투자자 사이가 악화될 경우 투자계약에 당연하게 포함되어 있는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가장 먼저 문제될 것이고, 특히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의 위반(또는 침해)은 주식매수청구나 손해배상 또는 위약벌 청구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그 의미가 아주 크다고 할 것입니다.

오늘 말씀드린 것처럼 투자계약의 기본이 되는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경우에 따라 유효일 수도 있고, 무효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의 효력에 관해서는 투자계약 체결 시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고, 실제 위반여부가 문제되는 상황이 도래하였을 때에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법리에 맞게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 측에서 위반에 따른 청구를 하거나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 측에서 위 청구를 방어하는 경우에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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