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31. 일반기업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안녕하세요. 변승규 변호사입니다.
스타트업이 임직원 등에게 줄 수 있는 대표적인 주식연계보상(주식기준보상)으로는 주식매수선택권(Stock Option)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법 및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처기업법”)에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자의 자격, 재직 요건, 행사가격, 총 부여 가능 수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므로, 많은 회사들이 이러한 제한 없이 임직원 등에게 주식연계보상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 결과로 국내에서도 RSU(Restricted Stock Unit, 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부여하는 회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편, 개정 벤처기업법이 2024년 7월부터 벤처기업이 임직원 등에게 ‘성과조건부 주식’이라는 일종의 RSU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법상 RSU는 크게 일반기업의 RSU와 벤처기업의 RSU로 구분됩니다.
이번 연구자료에서는 일반기업의 RSU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기업 RSU의 개요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자기주식 취득을 취득하거나, 주주가 법률에 의하여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등에 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합니다. 즉, 회사의 주주명부에 회사 자신도 주주로서 기재됩니다. RSU는 이러한 상법상 회사의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주식연계보상 제도입니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은 회사가 타인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자기주식의 경우 이미 발행 시에 투자금 납입이 완료되었다는 점 등에서 신주 발행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상법에서는 자기주식 처분에 관하여는 신주 발행보다 완화된 규제를 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자본충실의 원칙에 따라서 반드시 주금을 납입하여야 할 뿐 아니라, 액면가 미만의 가격으로 발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인가가 필요하지만, 상법상 자기주식 처분 대해서는 그러한 제한이 없으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회사가 이사회의 결의로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RSU는 회사가 임직원 등에게 일정한 조건을 붙여 장래에 회사의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로서 양도가 제한되는 권리를 부여한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엄밀히 아직 주식을 받은 것은 아니므로,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인수권’으로 번역하는 것이 정확하겠으나, 국내에서는 간단히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CASE
비상장회사로서 벤처기업법상 벤처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A의 대표이사 홍식은 직원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직원들에게 회사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나누면서, 우수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하여 직원들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홍식은 전직원이 참가한 워크샵에서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2년 이상을 재직하여야 하고, 부여 시점의 시가에 해당하는 행사가격을 납입하여야 한다는 설명까지 들은 임직원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다음날 홍식은 대기업에 재직 중인 준섭을 스카우트하기 위하여 준섭을 만났습니다. 홍식이 준섭에게 연봉 외에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을 제안하였는데, 준섭은 연봉에 대해서만 물어보고, 스톡옵션에는 별 관심조차 없는 눈치였습니다. 홍식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스타트업 A의 자문 변호사는 홍식에게 과거 회사의 합병 시에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있어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이 있으니, 그 자기주식을 활용하여 RSU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
상법상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사가격을 납입하여야 하고, 행사가격은 주식의 액면가 및 실질가액 이상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실질가액은 쉽게 말해, 주식의 시가입니다. 즉, 상법상 주식매수선택권은 시가 미만으로 부여할 수 없으므로, 해당 주식의 가격이 부여 당시의 시가보다 상승하는 경우에 한하여, 임직원이 납입한 행사가격과 상승한 가격의 차액 상당의 보상(incentive)을 받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가치가 이미 상당히 상승하여 시가 및 행사가격이 높고, 추가적인 상승 여력도 적은 경우에는 임직원의 입장에서 주식매수선택권의 매력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시 주당 시가 및 행사가격이10만 원 경우에는 이후, 회사의 주식의 가격이 1,000만 원이 된다면 주식매수선택권을 통하여 무려9,900%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당 시가 및 행사가격이 이미 800만 원이라면 회사의 가치가 1,000만 원이 되어도 25%의 이익을 얻을 뿐인 것입니다.
특히, 회사의 주식이 상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는 경우 추후 상장이 안되어서 투자금 회수(exit)가 불가능하거나, 주식의 가격이 행사가격보다 하락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임직원이 행사가격을 납입하고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포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회사에서 2년 이상을 재직하여야 하는데, 이 기간은 정관이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서도 단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오늘날 이직이 잦은 스타트업 업계의 현실을 생각하면, 2년의 재직 기간을 채우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으로부터 채용 제안을 받아서 이직 여부를 고민하는 경우, 자신이 2년 이상 재직할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에서 불확실성이 있는 주식매수선택권보다는 확실한 현금 보상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RSU및 자기주식의 경우, 상법상 특별히 그 행사가격 또는 양도가격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이사회의 결의에 의하여 임직원에게 행사가격을 받지 않고도 주식을 지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회사 주식의 시가가 높은 경우에도 근로에 대한 보상으로서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임직원 입장에서는 무상으로 주식을 받는 것이므로, 투자금이 없어서 회사가 상장이 안되거나 가격이 하락하여도 손실을 입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RSU로 취득한 주식과 관련하여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으므로, 소득세 납부액보다도 회사의 주식의 가치가 낮아진다면,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습니다.
RSU의 경우, 2년의 재직 기간 요건도 법에 정함이 없으므로, RSU 부여 시 그러한 요건을 반드시 정할 필요도 없고, 입사와 동시에 주식을 교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회사의 판단에 따라서 재직 요건을 계약으로 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6개월 근무할 때 마다 주식을 분할 지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외에 다양한 성과를 조건으로 정하여, 그 성과를 달성한 경우에만 주식을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RSU의 가장 큰 단점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하여야,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에서는 우연치 않게 스타트업 A가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이 있었으므로, 자기주식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서 이를 재원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에 자기주식을 RSU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데, 스타트업이 아직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면 자기주식 취득이 불가능하여 임직원에게 RSU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주식매수선택권보다 법령상 제한이 적고 다양한 형태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RSU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RSU에도 법령상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이 아니고, 자기주식 취득이 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주식매수선택권보다 스타트업이 시행하기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이처럼 RSU를 부여함에 있어서도 상법 등을 준수하여야 하므로, 임직원에게 문제없이 유효한 RSU를 부여하기 위하여 RSU의 부여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전문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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