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공정거래] #0. 프롤로그 - 스타트업이 공정거래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

많은 스타트업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런 스타트업의 성격을 빗대어, 실리콘 밸리의 영향을 받아서 우리나라에서도 디스럽트(disrupt)라는 표현이 종종 쓰입니다. 직역하면 파괴하거나 와해시킨다는 뜻인데, 흔히 쓰는 말로는 지각 변동을 일으킨다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여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거나, 혁신적인 기술이나 사업 모델로 기존의 비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뒤흔드는 경우, 또는 훨씬 간편한 이용자 환경(User Interface)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을 모으는 것 모두 기존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즉, 스타트업의 본질은 기존 시장을 뒤흔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사업 모델이 기존 시장을 계속 파괴해 온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던 수많은 중개자들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과 함께 설 자리를 잃어 왔습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메신저의 등장과 함께 통신사들의 문자 메시지 시장은 사실상 없어졌습니다. 이제 모터와 함께 하는 전기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석유를 연료로 하는 엔진의 퇴장은 시간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파괴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일 수록 기존 시장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은 각오해야 합니다. 기존 시장의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서 새로운 선수의 등장을 막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반드시 공정한 방법으로 대응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혁명 시절 기계의 등장에 맞서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했다는 교과서 속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시장의 기득권자들은 모든 수단을 다 해서 새로운 기술과 혁신적인 선수의 발목을 잡으려고 합니다.

시장을 뒤흔드는 스타트업은 기존 선수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칩니다. 초거대 기업 Microsoft도 과거 스타트업의 인터넷 브라우저 Netscape Navigator를 퇴출시키고 자사의 Internet Explorer를 확산시키기 위해, 거래처에게 Navigator를 쓰지 말도록 노골적으로 강요하고, 자사의 OS인 윈도에 Navigator 구동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넣었습니다. 전자책 시장을 파괴하는 Amazon의 9.99달러 판매 정책에 맞서 미국의 거대 출판사들이 Apple과 손잡고 가격을 올리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기존 사업자들의 저항이 기존의 법령이나 규제의 보호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택시와 카풀과 같은 차량 공유 스타트업의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그 취지가 처음에 무엇이었든, 현재 자가용 차량의 유상 운송을 금지하는 규제는 분명히 기존 유상 운송 업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존 제도의 유지라는 관성을 갖고 있는 정부 규제의 특성 상 스타트업이 규제를 무너뜨리고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스타트업의 편인 경우도 있습니다. 기존 시장의 사업자들이 똘똘 뭉쳐서 새로 진입하는 스타트업을 방해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상 담합 또는 불공정거래로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담합은 형사 처벌까지도 쉽게 받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그리고 2018년 말부터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검찰에 직접 형사 고소를 할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회사 뿐만 아니라 가담한 임직원 또는 대표이사가 담합으로 형사 처벌 받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기존 사업자들이 스타트업을 죽이기 위해 저가 공세를 펼치는 경우도 공정거래법 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도매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거대 기업이 소매 시장에 진입하면서 도매 가격보다 낮은 소비자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기업 메시징 서비스에 관하여 통신시장에서 선례가 있고, 여러 시장에서 비슷한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을 뒤흔드는 스타트업은 공정거래를 잘 알아야 합니다. 기존 시장의 선수들이 어떤 전략을 쓸 것인지 미리 알고 대비하고, 또 실제로 불공정한 행위로 스타트업의 사업을 방해할 때 빠르게 이에 대처해야 합니다. 사업방해나 불공정 행위를 나중에 알고 답답해 해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가 나서 불필요하게 무리한 대응을 하다가 함께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련 증거를 미리 확보하고 참아야 할 때 참고, 전략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해야 합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기존 시장의 사업자들은 자본력과 네트워크로 무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항하여 규제 기관을 스타트업의 편으로 데려올 수 있는 것이 공정거래법입니다.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혁신적인 기술과 더 효율적인 사업 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정거래법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선수의 편입니다.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스타트업들이 공정거래법을 잘 알고 대응하여 더 많은 이용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 유니콘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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