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피해방지 및 구제 가이드] ICO 관련, 사기죄 성립여부에 대한 사례 (1)

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 블록체인 프로젝트 또는 ICO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사기 이슈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의 중앙화된 시스템에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고 관련 사업에 진입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나 도깨비 방망이인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프로젝트 팀의 경우 ICO를 성공시켜 암호화폐(토큰)를 많이 팔려는 목적으로 객관적으로 실현가능성이 없는(또는 매우 낮은) 비전 또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공수표를 남발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일반 참여자로서는 프로젝트 팀이 제시하는 비전 또는 로드맵이 객관적으로 달성 가능한 것인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이에 백서나 웹사이트에 기재된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ICO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3대 거짓말 중에 하나가 장사꾼이 밑진다는 말이라는 농담이 있듯이,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과장은 불가피한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또한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더라도 그것이 일반 상거래 관행 또는 신의칙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이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549 판결 참조).

그러나 ICO 참여자는 특정 ICO에 참여하여 관련 암호화폐를 구매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백서 등 프로젝트 팀이 제공한 정보와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ICO 당시에는 아직 프로젝트에 관한 아무런 결과물도 나타나지 않은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밖에 프로젝트나 ICO에 대한 다른 객관적인 정보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ICO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프로젝트 팀이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휘황찬란한 목표를 설정하고는 백서 등을 통하여 마치 그 목표가 추후 달성될 것처럼 설명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형법은 사기를 ‘사람을 기망하여 본인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47조 제1항, 제2항 참고). 여기서 ‘기망’이란 허위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타인을 착오에 빠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면서 변제할 의사 또는 능력이 없음에도 이를 숨긴 채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린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7도1033 판결 참조).

이상과 같은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법리를 본 사안에 적용할 때, ICO와 관련하여 프로젝트 팀이 사실은 약속한 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암호화폐 판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백서 등을 통해 참여자들에게 비전 및 로드맵에 대한 허위의 의사표시를 하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프로젝트 팀이 ICO 당시 이미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할 의사가 없었는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팀원들이 가진 내심의 의사를 살펴 판단할 사항입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목표 또는 내용이 현재까지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 또는 다른 기술에 의하더라도 실현이 불가능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면, 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인 팀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위와 같은 경우 해당 프로젝트 팀이 행한 ICO와 관련하여 실제 프로젝트 진행의사도 없이 ICO 참여자들을 기망하여 암호화폐 판매대금 상당의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였다는 사기죄의 성립이 인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할 경우 그에 따른 형사처벌은 원칙적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집니다(형법 제347조 제1항, 제2항). 그런데 사기를 통하여 취득한 재물(ICO의 경우 암호화폐 판매대금)이 (1) 5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이 가중되며(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 (2) 50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더 가중되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동법 제1조 제1호). ICO 판매대금이 통상 수십 억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원에 이르는 사정을 생각할 때, ICO와 관련하여 사기죄의 성립이 인정될 경우 해당 프로젝트의 팀원들이 부담하게 될 형사상 책임은 굉장히 무겁게 될 것입니다. 향후 ICO 진행을 고려하고 있는 프로젝트 팀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이러한 점을 유의하셔서 형사상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상과 같이, ICO가 자금조달에 있어 방법, 절차에 있어 증권 등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편리하다고 하더라도, 범죄행위가 인정될 경우의 형사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문제를 떠나서, 프로젝트에 관하여 현실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ICO 참여자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왕도일 것입니다.